2024 Korea Picture Book Award Winner
독보적인 색감으로 완성된 세계
이미지로 이야기를 짓는 작가 박현민의 신작
그림책 안과 밖의 시선을 설계하는 작가 박현민은 책의 물성을 적극 활용하며 매번 놀라움을 선사해 왔다. 공간을 활용한 놀이(『엄청난 눈』, 『얘들아 놀자!』, 『빛을 찾아서』), 새로운 시점의 도입(『도시 비행』), 관계에 대한 고찰(『하얀 개』)을 작품에 담아냈던 작가는 이번 신작에서 긴 호흡의 서사를 유려하게 선보인다. 『진정한 친구가 되는 법』은 전설 속의 존재인 ‘예티’를 주인공으로, 다양성과 공존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설산 배경의 압도적인 스펙터클이 펼쳐지는 가운데, 낯선 존재와 친구가 되어 가는 이야기가 영화처럼 연출된다. 색과 공백의 조화로 만들어 낸 독창적인 이미지가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야기에서 여백은 예티, 가파른 산맥, 눈보라, 밤 이미지 등으로 변주된다. 광택이 있는 보라색, 자주색, 초록색 계열의 세 가지 별색만을 활용한 그림은 독자에게 오직 종이책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미감을 선사한다.
인간과 자연이 맺는 관계에 대한 독특한 비유
예티연구소 소장 ‘유진’이 높은 설산을 지나 연구소로 향하는 모습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예티를 인간의 친구로 만드는 임무를 맡은 유진은 예티의 예상 출몰 지점에 예티가 좋아한다고 알려진 쌀국수를 미끼로 놓는다. 예티가 나타나 함정에 빠지는 그 순간, 갑자기 거대한 산이 움직인다. 바로 엄마 예티이다. 유진은 잠시 숨었다가 결국 어린 예티를 연구소로 데려오는 데 성공한다.
『진정한 친구가 되는 법』은 야생성을 대표하는 예티와 그를 인간 사회에 융화시키고자 하는 ‘예티협회’의 대립 관계를 통해 인간이 자연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 준다. 동물이나 자연을 손쉽게 ‘친구’라고 일컬으면서도 함부로 대상화하는 인간의 실상과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임을 내세우면서 정작 자연을 소외시키는 현상을 떠올리게 한다. 한편, 연구소 뒤로 펼쳐지는 산의 풍경에서 독자는 언뜻 산의 음영처럼 보이기도 하는 엄마 예티의 얼굴을 발견할 수 있다. 자연에게 표정과 감정이 있다면 그것을 세심하게 읽어 내는 것이 곧 자연과 공존하는 방법임을 생각해 보게 된다.
문명의 위선을 꼬집는 한 편의 블랙코미디
“예티와 친구가 되려면 먼저 예티를 잡아 와야 합니다.” 이야기 초반 부분부터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유진이 쌀국수를 이고 설산을 넘는 모습이나 예티에게 글자와 식사 예절을 가르치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내지만, 그 이면에는 예티를 포획하고 길들이려는 인간의 욕망이 자리한다. 예티는 결정적인 순간에 본성대로 행동하고, 곧바로 도시의 실험실로 끌려가 야수성을 없애는 헬멧을 강제로 쓰게 된다. 이제 작품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 상황에서 과연 누가 야만적인 존재일까.
이 작품이 보여 주는 유일한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서서히 바뀌어 가는 유진의 태도에 있다. 유진은 예티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예티를 잃을 위기를 겪으면서 그를 진심으로 위하는 방법을 깨닫게 된다. 『진정한 친구가 되는 법』은 나와 다른 존재와 눈을 맞추고 상대방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존중하는 태도의 가치를 전한다. 각자 자기다운 모습으로 서로의 안부를 물을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친구’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지로 이야기를 짓는 작가 박현민의 신작
그림책 안과 밖의 시선을 설계하는 작가 박현민은 책의 물성을 적극 활용하며 매번 놀라움을 선사해 왔다. 공간을 활용한 놀이(『엄청난 눈』, 『얘들아 놀자!』, 『빛을 찾아서』), 새로운 시점의 도입(『도시 비행』), 관계에 대한 고찰(『하얀 개』)을 작품에 담아냈던 작가는 이번 신작에서 긴 호흡의 서사를 유려하게 선보인다. 『진정한 친구가 되는 법』은 전설 속의 존재인 ‘예티’를 주인공으로, 다양성과 공존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설산 배경의 압도적인 스펙터클이 펼쳐지는 가운데, 낯선 존재와 친구가 되어 가는 이야기가 영화처럼 연출된다. 색과 공백의 조화로 만들어 낸 독창적인 이미지가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야기에서 여백은 예티, 가파른 산맥, 눈보라, 밤 이미지 등으로 변주된다. 광택이 있는 보라색, 자주색, 초록색 계열의 세 가지 별색만을 활용한 그림은 독자에게 오직 종이책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미감을 선사한다.
인간과 자연이 맺는 관계에 대한 독특한 비유
예티연구소 소장 ‘유진’이 높은 설산을 지나 연구소로 향하는 모습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예티를 인간의 친구로 만드는 임무를 맡은 유진은 예티의 예상 출몰 지점에 예티가 좋아한다고 알려진 쌀국수를 미끼로 놓는다. 예티가 나타나 함정에 빠지는 그 순간, 갑자기 거대한 산이 움직인다. 바로 엄마 예티이다. 유진은 잠시 숨었다가 결국 어린 예티를 연구소로 데려오는 데 성공한다.
『진정한 친구가 되는 법』은 야생성을 대표하는 예티와 그를 인간 사회에 융화시키고자 하는 ‘예티협회’의 대립 관계를 통해 인간이 자연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 준다. 동물이나 자연을 손쉽게 ‘친구’라고 일컬으면서도 함부로 대상화하는 인간의 실상과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임을 내세우면서 정작 자연을 소외시키는 현상을 떠올리게 한다. 한편, 연구소 뒤로 펼쳐지는 산의 풍경에서 독자는 언뜻 산의 음영처럼 보이기도 하는 엄마 예티의 얼굴을 발견할 수 있다. 자연에게 표정과 감정이 있다면 그것을 세심하게 읽어 내는 것이 곧 자연과 공존하는 방법임을 생각해 보게 된다.
문명의 위선을 꼬집는 한 편의 블랙코미디
“예티와 친구가 되려면 먼저 예티를 잡아 와야 합니다.” 이야기 초반 부분부터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유진이 쌀국수를 이고 설산을 넘는 모습이나 예티에게 글자와 식사 예절을 가르치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내지만, 그 이면에는 예티를 포획하고 길들이려는 인간의 욕망이 자리한다. 예티는 결정적인 순간에 본성대로 행동하고, 곧바로 도시의 실험실로 끌려가 야수성을 없애는 헬멧을 강제로 쓰게 된다. 이제 작품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 상황에서 과연 누가 야만적인 존재일까.
이 작품이 보여 주는 유일한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서서히 바뀌어 가는 유진의 태도에 있다. 유진은 예티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예티를 잃을 위기를 겪으면서 그를 진심으로 위하는 방법을 깨닫게 된다. 『진정한 친구가 되는 법』은 나와 다른 존재와 눈을 맞추고 상대방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존중하는 태도의 가치를 전한다. 각자 자기다운 모습으로 서로의 안부를 물을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친구’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